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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

나는 항상 두려움이 많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할까 두려웠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이 돌아설까 걱정했다.
학습할 때도 그러했다. 어디서나 공부를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모르는 걸 모른다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학원 선생님에게도 내가 모르는 것을 들킬까 질문하는 것을 기피했다.
잘 못 하는 것도 당연히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도전할 용기도 없었다.

대학 때 줄기차게 놀았던 경험은 두려움을 극복할 발판이 되었다.
그 누구도 내가 공부를 잘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고, 덕분에 편안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만 열심히 했고, 컴퓨터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도전할 용기도 생겼다.

그러나 복수전공생이던 나는 항상 혼자여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모든 것을 혼자 하기엔 어려웠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질문할 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1시간이면 끝날 과제를 해결 못 해 온종일 고생하는 것은 당연했다.
모든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어떻게 채울지 몰라 방황했다.
과제를 주면 그 과제에, 시험이 기다리면 시험에,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4학년이 되었고, 취직하기 위해, 개발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심지어는 개발자가 무엇인지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던 내게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테코에서의 나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길을 못 잡던 내게 길을 안내해준다.
좋은 개발자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 좋은 개발자를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일을 알려준다.
길은 안내해주지만 어떻게 학습을 할지는 온전히 내 몫이다.

하지만, 주위에는 항상 든든한 크루들이 함께 하고 있다.
쉼표 하나를 빼먹은 걸 발견하지 못해 온종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마주한 이슈를 경험한 누군가는 내게 조언을 해준다.
사소한 문제에 가로막혀 있기보다는 심도 있는 고민을 하는 시간에 더욱 투자한다.
내가 잘 모른다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 그것을 질문한다고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부족해 학습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서관에서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는다.
내가 직접 느껴서 필요에 의해 하는 학습의 효과는 억지로 하는 학습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글 블로그만 찾아다니던 내가 블로그를 통해 얻은 지식을 영어 공식 문서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맞춰져 가는 것 같다.


두려움도 극복하고 도전할 용기도 생긴 나는 길을 따라가며 모르는 것을 찾아 나간다.
이 과정은 마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며 감자를 캐는 것 같다.
앞에는 열심히 길을 안내해주시는 코치님들이 계시고, 주위에는 혹시나 내가 맛있는 감자를 놓칠까 챙겨주는 크루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마운 크루들은 속도가 늦어지는 나를 끌어주기도 한다.
조금 틀어진 길로 가려 하면 크루들, 코치님들이 적당한 제재를 걸어준다.

옛날의 나는 감자에는 관심이 없고 목적지도 모르면서 빠르게 달려가기 바빴다.
지금의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길에 대한 걱정 없이 걸어가며 감자를 찾기 바쁘다.
이제는 길을 걸으며 감자가 안 보이면 내가 무엇을 놓쳤지? 하고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나의 감자 바구니가 든든해져 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과제에 치이며 흥미를 잃어가던 내가 재미를 찾으니 내가 왜 개발자라는 꿈을 꾸었는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동기가 확실하니 학습에 대한 몰입도가 커지는 것을 느낀다.
어느 순간 주위의 소리를 못 듣고 공부에 몰입하는 내 모습이 좋다.

요즘의 나는 무엇을 하든 개발에 관련된 생각에 푹 빠져있다.
평범한 주말에도 막연히 쉬기만 하던 내가 이제는 어떤 걸 공부할지 고민하는 게 당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낯설다.
이러한 시간이 모여 나를 좋은 개발자로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우테코에서 두려운 나

이렇게 좋은 나날들 속에도 저 깊은 곳에 두려움은 존재한다.

이렇게 몰입하여 공부하는 시간이 끝나고, 혼자가 되었을 때 길이 안보이면 어쩌지?
앞으로도 개발자의 길을 걸어가고 싶은 내가 이후의 길을 못 찾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존재한다.

내가 감자를 잘 담고 있는지, 뒤처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와 함께 달려가고 있는 크루들, 앞에서 이끌어주시는 코치님들을 믿고 더 열심히 감자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제 남은 6개월동안 지금의 학습법을 유지하며 학습에 몰입함과 동시에, 길을 스스로 찾는 연습을 하고 싶다.
백엔드 개발자라는 꿈에 더욱 다가서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개발자로서 필요한 다양한 덕목을 갖추고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마치며

대학교에서 진탕 놀아본 것도, 좋은 기회로 우테코를 맞이한 것도, 우테코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사람으로서, 개발자로서 점차 성장해가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지금 이 행복한 기분을 6개월 줄기차게 즐기고, 6개월 뒤에는 또 다른 행복을 맞이하는 내가 되고 싶다.